요즘 주변 아이들이 구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서울 광장시장이나 부산 남포동에 가고 싶다는 둥, 이 옷 구제시장에서 샀는데 3000원밖에 안했다는 둥, 이 근처에서 구제가게 발견했는데 같이 가자는 둥... 사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과 단색 계열의 옷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빈티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문외한 이었다. 그런데 주변 아이들이 구제시장에서 산 옷들이 지금 입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되어 보였고, 가격 또한 놀랄 만큼 착하다는 걸 보고는 빈티지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고 있던 찰나였다.
이런 주변적 상황과 맛물려 읽은 최범석의 아이디어 는 나를 빈티지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였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최범석은 외국 빈티지 시장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그에게서 얻었던 교훈(?)은 다르다 라는 것에 매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던 모습이었다. 그가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유도 그러한 것에서 오는 매력일지 모른다. 빈티지는 각기 다른 패턴과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지 않는가. 나 또한 남들과 다른 나만의 색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기에 그가 다르다 라는 것에 느끼는 매력을 이해할 수 있다. 지저분함 또한 아름답다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비록 지저분해 보일지라도 내 눈에는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최범석이 뉴욕에서 만난 한 흑인이었다. 그는 흰 셔츠에 녹색 넥타이, 검은 자켓, 빨간 체크바지의 빈티지 옷을 걸친 디자이너였는데 나는 그의 패션을 보면서 나 또한 저런 다른 매력을 지니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저런 옷을 입어보라 하면 나는 민망해서라도 입지 못할 것 같은데, 빈티지로 잔뜩 멋을 낸 그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컸다. 남들과 달라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듯하다. 빈티지를 사랑한다고 해서 누구나 그 흑인처럼 체크바지에 녹색 넥타이를 매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깐. 길거리를 다니다가 그 사람을 본다면 자연히 그에게 눈길이 쏠릴 터. 나 또한 그런 다른 매력 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누군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또다른 점은 그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영화도 많이 보고, 클럽도 많이 즐기고, 전시도 많이 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그런 경험이 너무 제한적이고 그 횟수도 너무 적은듯 하다. 전시를 가려니 시간이 잘 안나고, 영화를 보려니 2시간내내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고, 클럽을 가려니 밤새 노는게 피곤하다. 하지만 이젠 좀 달라져야겠다. 이 책을 읽고 한 결심은 2학기는 좀 더 알차게, 내 자신을 가꿀 수 있는 귀중한 시간으로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전시도 많이 봐야 겠고, 책도 많이 읽을 것이고, 여행도 많이 다닐 것이다. 그와 내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작품의 영감이 되는 근원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는 것이고 나는 그저 손놓고 있다는 것일까. 작가가 되겠다는 굳건한 꿈이 있는 내게, 그가 빈티지, 미술관, 팝아트, 뮤직비디오 등에서 영감을 얻고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가 빈티지를 사랑하고 그것에서 꿈을 시작하는 모습이 무모하지만 멋있어 보였다. 나 또한 과거 미술작품에 감동을 받고, 클림트 와 에곤 쉴레 에 빠져서 미술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나 자신과 겹쳐보이기도 했다. 물론 미술에는 빈티지 라 부르는 것이 없다. 그리고 최범석은 50년대 옷을 빈티지라 부를지 몰라도 미술사에 있어 50년대 작품은 매우 현대적이다. 그리고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미술에 있어서 그런 표현을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작의 출발점이 그 또한 과거에서였고, 나 또한 과거에서였다는 점이 별 것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처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 또한 그처럼 열정을 가지고 남들과 다르게, 나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동대문에서 원단 장사를 하면서 바닥부터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해 2006년 한국인 최초로 파리 프렝탕 백화점, 르 봉 마르셰 백화점 등에 제너럴 아이디어 매장을 오픈한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의 디자인 이야기를 담은 책 최범석의 아이디어 . 이 책에는 32세의 디자이너 최범석이 디자인의 씨앗을 찾아 키워 구체적인 상품으로 완성하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디자인 전 과정을 망라한 생생한 디자인 현장 이야기이와,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하는 젊은 디자이너의 꿈틀거리는 열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디자이너 최범석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최범석의 ‘제너럴 아이디어’의 바탕이 된 빈티지, 팝아트, 미술관 등 문화적 영감이 넘치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는가 하면, 현장 디자이너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디자인 철학과 비즈니스로서 패션을 바라보게 하는 냉철하고도 실질적인 충고도 해준다. 그 밖에도 첨단 패션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뉴욕 컬렉션 참관기, 더 빛나는 미래를 구체화해가는 디자이너 최범석의 2009년 뉴욕 컬렉션 준비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도 그는 결코 주저앉지 않고, 주위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또한 원하는 바를 당당히 드러내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몰입하고 난 후에는 창조력으로 연결시키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현실의 장벽 앞에서 포기하고 있던 자신의 빛나는 꿈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Prologue
서울 컬렉션에 나타날 양치기 소년
Vintage
빈티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
오래된 룩이 주는 영감
플리마켓 순례 : 펄떡이는 아이디어들을 찾아서
예사롭지 않은 간지
지저분함도 컨셉
Pop Art
길버트 앤 조지
크리스 커닝햄 & 미셸 공드리
뷔욕
페데리코 펠리니 & 스탠리 큐브릭
바스키아
펑크
Museum
모마
아모리쇼
뉴뮤지엄
Designer
연필을 쥐기 전에 머리로 먼저 디자인하라
몰입의 순간을 즐겨라
핫(hot)하게 놀 수 있는 자신감
내가 싼 와인을 마시는 이유
보디용품 사는 남자
오감이 긴장하는 원단미팅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 자신의 취향과 타협하라
패션,남자의 체형을 바꾸다
옷이 있는 공간 전부로 승부하라
일본 디자인은 어떻게 성장했는가
무라카미 다카시
Entertain
꿈에서 본 랑방
컬렉션을 위해 속옷 색까지 바꾸다
파티장 벽에 본드 붙였습니까?
파티 플래너를 꿈꾸며
디제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컨셉 호텔에 꽂히다
야생의 공기가 주는 포만감
2007 in N.Y
2007년 9월 4일, 뉴욕켈렉션을 보러 떠나는 비행기에서
9월 5일, 뉴욕 컬렉션 첫째 날
9월 6일, 뉴욕 컬렉션 둘째 날
9월 7일, 뉴욕 컬렉션 셋째 날
9월 8일, 뉴욕 컬렉션 넷째 날
9월 9일, 뉴욕 컬렉션 다섯째 날
9월 10일, 뉴욕 컬렉션 여섯째 날
9월 11일, 뉴욕 컬렉션 일곱째 날
2008 for N.Y
2008년 7월 2일, 요하네스버그와 스파이
암호
7월 5일, 홍보 회사와 쇼룸을 알아보다
컬렉션 초대장
7월 10일 뉴욕공항,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피터 할아버지가 남길 말
Epilogue
세계 컬렉션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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