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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무빙 BODY MOVING

thytykihd 2023. 12. 13. 05:29

BODY MOVING이란 말은 몸 움직이기 또는 움직이는 몸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몸 에세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왜 바디 뒤에 무빙이란 단어가 붙었을까. 처음엔 좀 의아했다. 그렇게 생각한 데에는 아마도 나의 현재 몸 상태가 한몫했다. 몇 년간 의자에 앉아만 있는 생활을 해오다보니 몸이란 자고로 가만히 있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지만 막상 제대로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다. 가뜩이나 생활 동선도 짧아서 내 몸은 점점 가만히 누워있는 것에 최적화되어 갔다. 한마디로 내 몸은 무빙과 멀어져 있었다. 이렇게 몸이 변하기 전에는 너무 활동량이 많아서 가만히 좀 쉬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자신의 정상 몸매를 유지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그래서 내가 가장 공감하며 또 뜨금하며 읽었던 부분이 바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살 이다. "몸이 삶을 반영한다. 어떤 식으로든 삶은 몸으로 드러난다"는 문장을 읽을때 얼마나 찔리던지. 내 몸을 내가 얼마나 방치해왔는지 새삼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뚱보로 나오는 엄마 보니 그레이프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짧은 줄거리를 글로 읽었는데도 뚱뚱해진 엄마의 마음과 길버트가 집을 불태울 때의 심정이 느껴져 그저 안타까웠다. 내가 예전의 몸매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면 과연 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머리로는 이해해 보려 했어도 한켠으론 게으름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몸이 삶을 반영한다는 말, 삶이 몸으로 드러난다는 말은 게으르거나 부지런함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길버트의 엄마가 뚱뚱해진 직접적인 이유는 남편의 자살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몸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내면의 상처가 몸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단순히 다이어트라 하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다이어트가 이뤄질 수 없을때는 내면의 문제까지 함께 들여다 봐야 한다.  예전에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엄마와 딸이 사는데 딸이 집밖을 나가지도 않고 점점 살이 쪄서 꼴보기 싫다는 엄마의 하소연이 한바탕 이어지고 딸의 일상이 나온다. 관찰카메라에 나온 딸은 딱히 배가 고파보이지 않지만 계속 먹는다. 밖에 나가보려고 시도하지만 항상 현관문앞에서 멈추고 주저앉는다. 일을 마치고 온 엄마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답답해하며 밖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하라고 소리를 친다. 딸은 그럴때마다 자기도 한다면 한다며 엄마와 말싸움을 이어가지만 사실 딸도 본인이 답답하다. 이 상황을 본다면 대부분 엄마편을 들 것이다. 딸의 게으름을 탓하며. 실제로 그 영상의 댓글중에는 딸을 비난하는 글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딸의 마음을 들여다 봤을 때도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딸은 사실 다른 또래들처럼 친구들도 만나고 알바도 하며 예쁘게 꾸미는걸 좋아하고 날씬한 몸매였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사이와의 문제가 생기고 오해가 쌓여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그 일이 딸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좌절을 안겨준 것이다. 물론 친구와의 오해를 풀든가 그냥 잊어버리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느끼는 고통의 양은 다르다. 딸에게는 그 일로 자신감을 잃었고 점점 자신을 집에 가둬두게 되었다. 집에만 있다보니 당연히 살이 찌고 살찐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은 더 추락해 밖에 못 나가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었다. 모든 얘기를 들은 엄마는 그제야 딸의 심정을 알 게 되었고 잠깐이라도 같이 산책을 가기로 약속하며 영상은 끝났다. 그 후의 딸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다시 자신감을 찾았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55사이즈나 식스팩 정도는 있어줘야 인간다운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몸들은 그저 비루한 몸뚱이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몸이 있다. 각자 다른 유전자를 내려받았듯이 다른 체형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네킹의 몸매를 더이상 인공적인 조형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모델의 가녀린 몸매는 더이상 직업적인 몸매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상적인 몸매가 되었다.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멈출수는 없지만 스스로 혹독한 고통을 안겨주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욕망인지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부드러운 존재로 태어나 점점 딱딱해지는 존재가 되는 우리의 몸을.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 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더이상 몸을 몸매로 해석하지 않고 사람들의 기준에 내 몸을 억지로 끼워맞추지 않으리라. 팔다리로 춤을 추진 못하더라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내면의 딱딱함까지 풀어줘야겠다. 머리만 발달한 외계인의 몸이 아닌 머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몸을 생각하며. 

어떤 식으로든 삶은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아직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모를 나이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 춤을 추며 죽고 싶다. 조르바처럼? 아니, 지르박을 추며. 소설가 김중혁의 다섯번째 에세이. 특정한 시기에 자신을 사로잡은 주제나 소재를 다방면으로 파고들어가 집중적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이번 키워드는 ‘몸’이다. 인간의 몸이란 무엇인가. 개개인의 가장 가까운 세계인 동시에 광활한 외부세계를 받아들이는 첫 관문이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인 가장 비밀스럽고도 흥미로운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몸이 겪는 스펙터클한 경험과 몸이 말하는 언어 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다 한다. 이 책에 수록된 32편의 글은 영화와 스포츠, 드라마, 책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화 콘텐츠와 현상에서 발견한 소재들로 인간의 몸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보여준다. 기발한 상상력과 어깨에 힘을 뺀 위트, 흥미로운 통찰은 또 한번 ‘김중혁=믿고 보는 작가’임을 확인시켜준다.

프롤로그

1부_이 몸으로 말하자면
왼손과 오른손 / 우뇌와 좌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살 / 그녀의 희고 아름다운 종아리 / 나의 발 연기 / 아직도 주먹이 얼얼하다 / 팔짱의 의미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_어깨 / 종아리 / 턱
*몸의 일기 1 / 2

2부_발뒤꿈치를 아름다운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
입으로 쓰는 편지 / 주저하는 발뒤꿈치 / 탈모하는 인간 / 한 꺼풀만 벗기면 똑같아요 /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냐 / 절망의 마음 / 뽕짝과 지르박의 몸 / 꿈에서는 몸이 통하지 않는다 / 탈을 쓰고 탈출한다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_귀 / 배
*몸의 일기 3 / 4

3부_아름답고 슬프고 경쾌하게 비틀거린다
재채기란 무엇인가 / 발끈하는 소년들 / 우리들의 우주 감각 / 숭고한 자위행위 / 내 몸은 얼음을 가득 채운 위스키처럼 변했다 / 지구의 리듬체조 / 곤봉과 후프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_팔꿈치 / 뒤통수 / 무릎
*몸의 일기 5 / 6

4부_몸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서 이름을 버린다 / 땅에 묶여 살면서 / 몸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해 / 사이보그에서 인간으로 / 각자의 초능력 / 10+9+(1)+=20 / 슬픔 속에 있지 말고, 슬퍼하라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_손목 / 발뒤꿈치
*몸의 일기 7 / 8

에필로그